김정은의 공포정치가 계속되면서 북한군 수뇌부가 생존을 위해 철저한 눈치 보기와 맹종(盲從)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나왔다.
김정은이 자신의 고모부 장성택을 비롯해 리영길과 리영호 전(前) 총참모장, 현영철 전 인민무력부장 등 북한 고위급 및 중간 간부들을 무자비하게 숙청하면서, 북한 수뇌부 사이에서 김정은에 대한 존경심보다는 살아남기 위한 맹종이 만연해있다는 분석이다.
통일부의 의뢰로 국방부 국방정보본부 관계자가 작성한 ‘북한 김정은 정권의 군부 통제 연구’ 보고서는 21일 “북한 군부 인사들은 김정은이 지시해주고 업무 방향을 지시해주기만을 기다리는 집단”이라고 진단했다.
김정은이 군부의 영향력을 축소하고 당(黨) 우위의 통치체계를 확립하는 과정에서 대대적인 숙청을 강행한 결과, 군부 내 상하 의사소통 체계까지 마비됐다는 평가다.
보고서는 “김정일 시대부터 고위층을 형성한 총정치국장, 총참모장, 인민무력부장, 정찰총국장 그룹은 철저한 눈치 보기 속에서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내면의 충성심과 별개의 외적 복종심을 표출해 생존을 유지하는 인사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또 “김정은 체제 이후 등장한 야전 전투 전문가와 핵·미사일 테크노크라트를 비롯한 신진 군부 인사 역시 전문성을 무기로 적극적으로 지시사항을 추진하는 자부심을 보이면서도 철저히 앞서 나아가지 않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보고서는 “군부가 지도에 순응한다는 점에서 군부 장악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지만, 이는 의사소통과 신뢰의 부재 문제로 귀결된다”고 피력했다.
실제 군인과 당·정 간부와 무역관계자, 주민 출신의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에서 북한군 간부층의 내부 의사소통이 막히고 건전한 비판이 불가능해졌다는 진술이 다수 나왔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보고서는 “현재의 북한 군부는 상하 간에 신뢰가 형성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고위 군 간부들이 최고사령관을 동지적 존경으로 받들기보다 철저한 눈치보기와 자신의 생존을 위해 맹종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군 상층부 장악 여부와 별개로 중간계급과 말단 병사에 대한 식량 등 군수지원이 여전히 열악해 군 기강 확립, 훈련 강화 등 지시가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장기적으로 볼 때 (김정은의) 군부통제 성공 여부는 경제에 달려 있다”면서 “대북 심리전 소재는 남한 발전상 등도 주요 수단이 될 수 있으나 북한군이 허기와 물자부족에 시달리는 만큼 가장 원초적인 1차적 욕구를 자극하는 내용 위주로 발굴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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