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마이너스금리 '역풍'..MMF 사라진다.
10년 만기 국채금리 마이너느 진입...
대형운용사 MMF 운용중단...
원금손실 전 펀드해지 전략차원...
(관련내용)(한국경제 2016.03.08)일본 금융시장에서 초단기 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가 사라진다. 지난달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면서 금리가 하락해 자산운용사의 자금 운용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기업, 금융회사는 단기 자금을 굴리기 위해 조금이라도 높은 금리를 찾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노무라자산운용 등 일본 자산운용사가 MMF 운용을 중단하고 투자자에게 펀드를 환매해줄 방침이다. 일본에서 MMF를 운용하고 있는 자산운용사 11곳 전부가 펀드 해지 절차를 진행 중이다. MMF 운용자산이 가장 큰 다이와증권투자신탁은 10월, 노무라자산운용은 8월 펀드를 청산한다. 미쓰비시UFJ국제투신도 4~5월 펀드 해지에 들어갔다. 닛코자산운용 등 5개사는 지난 7일 운용을 중단했다.
일본 MMF는 1992년 5월 운용을 시작해 은행 보통예금보다 높은 수익률로 자금을 빨아들였다. 정보기술(IT) 거품이 한창이던 2000년 5월에는 MMF 순자산이 21조엔에 달했지만 2001년 미국 에너지회사 엔론의 파산으로 이 회사 회사채를 편입한 MMF가 원금 손실을 보면서 인기가 시들해졌다. 그래도 단기상품 중에선 상대적으로 인기가 높아 4일 기준 순자산 1조3700억엔(약 14조6000억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 자산운용사가 자진해 MMF 해지에 나서는 것은 마이너스 금리 도입 이후 수익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MMF 평균수익률은 연 0.02%로 사상 최저 수준이다. 일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날 사상 최저인 연 -0.1%로, 지난달 22일 이후 줄곧 마이너스권에 머물러 있다. 일본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원금 손실을 보기 전 펀드를 해지하는 것이 투자자를 보호하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마이너스 금리 도입 파장은 다른 금융상품에도 번지고 있다. MMF와 비슷한 상품으로 유가증권에 투자하기 위해 자금을 넣어두는 증권사판 예금인 예수금펀드(MRF) 수익률도 연 0.01%까지 떨어졌다. 사실상 거저 맡기는 것이다.(중략)
(이길영의 분석코멘트)
제로(0)금리와 마이너스(-) 금리의 역습이 무섭습니다. 그동안의 모든 금융 관행을 파괴시키고 있습니다. 이제는 은행에 돈을 맡기면 수익은커녕 보관료를 내야 하는 시대가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그동안 투자 상품의 자산배분 전략에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중요한 상품 중 하나가 머니마켓펀드(MMF) 이었습니다. 항상 돈이 들고 나는 정거장 역할을 했기 때문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입니다. 이 정거장이 사라지는 것은 금융투자에서 너무나도 큰 환경변화입니다.
마이너스 금리환경에서 머니마켓펀드(MMF)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도 손해입니다. 이에 일본의 주요 자산운용사들은 원금손해가 발생하기 전에 해지를 서두르면서 시장 혼란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남의 일이 아닙니다. 2016년 3월 10일 현재 통상 기준금리가 되는 우리나라의 국고채 3년물은 1.5%로 미국의 재무성 10년물 1.8% 보다도 낮습니다. 전세계에서 금리하락 속도가 우리나라보다 빠른 나라는 없습니다. 유럽과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도 1년 후가 될지 2년 후가 될지 마이너스 금리 진입은 불문가지입니다.
이 같은 마이너스 금리의 주범은 과잉유동성에 더해 경기가 디플레이션 환경으로 접어들면서 기업들의 자금수요가 사라졌으며,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의 부진으로 돈을 운용할 때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금리는 제조업의 성장 사이클과 맥을 같이 해 왔습니다. 제조업의 자금 수요가 왕성할 때는 금리도 상당히 높았습니다. 미국도 일본도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입니다. 미국의 재무성 10년물도 가깝게는 1980년대초 미국의 제조업이 아직 살아 있을 때에는 연 15% 수익률을 기록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강남개발이 본격화되고 중동의 건설붐이 일었던 1970년대에는 은행의 대출금리가 연 25% 수준이었으며, 1980년대 만 해도 연 20%에 육박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이 금리로 돈을 빌려 사업을 했나 싶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자고나면 부동산 가격이 치솟는 인플레이션 시대였기 때문에 이 금리 수준에서도 서로 돈을 빌리려고 했으며,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것 자체가 큰 특혜였습니다.
종합해보면 최근의 유럽과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환경은 제조업 중심의 자본주의 한계성장과 미국의 자본수출 전략을 통한 자본수지 극대화 전략이 만들어내는 과도기적 금리환경이라 할 수 있습니다. 타협점을 빨리 찾아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습니다. 미국이 1950년대처럼 강력하게 제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무역수지 중심의 재정전략을 가져가는 것은 불가능 합니다. 왜냐하면 이미 금융산업이 중심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어, 앞으로도 달러를 앞세워 통화전쟁을 벌이면서 유동성을 회수하고 풀기를 반복하면서 자본수지 극대화 전략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입장입니다.
한편 미국이나 영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는 제조업에 기반 한 수출중심의 무역수지가 재정수지의 중심입니다. 이에 앞으로도 성장률 제고를 위해서는 재정확대 정책을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래저래 넘쳐나는 돈 속에서 마이너스 금리환경은 전세계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2016.3.11 글. 이길영 IFA/전 한국경제TV 앵커
매일경제 한국경제신문 선정 베스트 애널리스트 3년 연속 1위, 전 SK경제연구소 산업조사실 선임연구원
